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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한산:용의 출현

by 베스페라 2022. 9. 5.

영화 감상글은 적지 않으려 했는데 내가 생각보다 책을 읽지 않는 바람에 블로그가 며칠간 방치되었다.

그래서 급하게 만든 영화 카테고리...영화도 그렇게 자주 감상하지는 않지만 이렇게라도 글을 쓰지 않는다면 어휘력이 박살날 것 같아 글을 쓴다.

 

 

영화 " 한산: 용의 출현 "을 감상한 뒤 나의 주관적인 감상평을 작성하는 글이다. 

 

솔직히 말해서 영화를 감상하기 전에는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마블이니 DC니, 요즘은 판타지 요소와 액션이 듬뿍 가미된 해외 영화가 판을 치고있는 시대인데 사극 영화가 웬말이며, 영화 주제마저 우리가 잘 알다못해 달달 외고있는 이순신 장군님의 한산도 대첩이라니. 개인적인 취향으로 나는 사극 영화를 선호하지 않는다. 나는 영화의 서스펜스와 스릴을 즐기는 타입인데, 실제 역사를 바탕으로 한 사극 영화는 이미 알고있는 내용이 이어질 뿐, 뜻밖의 전개나 상상치 못한 반전은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감독 재량으로 재밌게 각색한다고 해도 역사 왜곡 문제 때문에 뒷맛이 찝찝한 건 사실이다. 

 

영화 "한산"은 나의 사극에 대한 선입견을 말끔히 씻어주는 영화였다고 자부할 수 있다. 우선 이순신 장군의 캐릭터성부터가 의외였는데, "한산"의 이순신은 흔히 떠오르는 장군의 이미지와는 확연히 다르다. 장군이라하면 대개 용맹하고 거칠며, 반항적이고 저돌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데, "한산"의 이순신 장군은 용맹한 장군보다는 차분한 군자의 느낌이 강하다. 내가 기억하는 바로는 대사도 그렇게 많지 않았던 것 같은데, 그 짧은 대사와 행동거지만으로도 위엄과 카리스마가 느껴졌다. 오히려 반동인물인 원균이 내가 생각하던 장군의 이미지에 들어맞았는데, 그에게서 군 전체를 통솔할 만한 카리스마와 지휘력을 느끼긴 어려웠다. 나는 이러한 캐릭터의 의외성에서 영화 "한산"의 첫번째 매력을 느꼈다.

 

"한산"의 두번째 매력은 적군의 디테일에서 발견할 수 있다. 앞서 말했듯 나는 사극이라는 장르를 즐기지 않기 때문에 다양한 사극 영화를 접해보진 않았지만, 보통 우리 역사를 다루는 영화에서 적국의 전략이나 전술따위는 흐지부지되기 쉽다고 생각한다. 역사를 기반으로 만든 영화의 취지는 현대인에게 과거 선조들의 지혜와 위상을 가르치기 위함인데, 적국의 디테일에 집중하다보면 누구의 역사를 배우는건지 취지 자체가 뒤틀릴 수 있는 문제이니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렇다고 우리나라가 무조건 최고이며 적국은 결국 우리의 손아귀에서 놀아날 뿐이라고 단언한다면 역사 왜곡의 문제도 있고 영화도 진부해진다.

나는 "한산"을 보며 우리나라의 전술에 못지않게 적국의 책략에도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영화는 조선군과 일본군의 시점을 번갈아가며 진행되는데, 전략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파트는 일본 측의 비중이 더 높다. 스쳐지나간 장면을 통해 엿볼 수 있었던 일본 장수 와키자카의 특징은 그가 놀랍도록 치밀하고 냉정한 판단력을 가진 인물이라는 것이다. 나는 둘의 대결을 바둑에 비유하고 싶은데, 서로가 차분히 수를 두며 엇비슷한 수준으로 맞붙다가 이순신이 "거북선"이라는 승부수를 던지며 판이 뒤집힌다. 이순신과 와키자카를 비슷한 판단력과 전술을 가진 인물로 설정함으로써, 승부를 결정지은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인 거북선의 위상 또한 새롭게 떠오른다.

 

사실 이 영화의 줄거리 전체로 보면 전투 씬 자체는 그리 길지않으며, 처음부터 끝까지 이순신과 와키자카의 전술 대결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그러나 전쟁 영화에서 전투 씬을 빼먹을 수는 없는 법. 두 나라가 바다 위에서 전투를 벌이는 장면은 섭섭하지 않을 정도의 쾌감을 선사한다. 조선군이 수세에 몰렸을 때에 구세주처럼 등장한 거북선이 시원하게 돌진하며 왜척을 산산조각 내는 장면은 영화를 보는 내내 몸에 축적된 체증을 말끔히 날려버린다. "용의 출현"이라는 부제에 걸맞는 드라마틱한 연출을 생각하면 지금도 온몸에 전율이 흐른다.

 

영화의 총평을 한마디로 쓰자면 대만족이다. 최근 본 영화중에는 가장 재밌었던 것 같다. 이 영화를 너무 예찬하는 듯이 글을 썼다만, 내가 영화 평론가도 아니고. 그저 내 주관적인 감상을 적었을 뿐이다. 이 영화 덕에 역사를 다룬 영화들도 재밌게 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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